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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청소년들도 ‘온라인 괴롭힘’ 피해 호소

입력 | 2019-07-17 03:00:00

59% “피해 겪어본 경험 있다”… 정서불안 시달리다 목숨 끊기도
SNS업체 “AI기술로 차단”에 “심각성 모르는 안이한 대책” 비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사는 18세 남학생 이선 코언은 중학교 시절 내내 인스타그램에 생긴 ‘이선_코언의_목_정맥’이란 계정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계정에는 그의 목에 있는 두드러진 근육 등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는 수차례 이 계정을 인스타그램 측에 신고했지만 삭제나 차단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는 8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수년이 지난 지금도 누가 계정을 만들었는지 모른다”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인스타그램을 비판했다.

특정인을 온라인상에서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이 세계적 문제로 대두했다.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쓰는 각국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특히 피해가 심각하다. 미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 청소년의 59%가 “사이버불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상당수 피해자는 정서 불안을 호소하고 일부는 자살에 이른다.

가해자들은 주로 피해자의 사적인 사진을 온라인상에 업로드하거나 잘못된 정보와 함께 사진을 배포하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힌다. 원한다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2016년 미 텍사스주에서 사이버불링에 시달리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권총 자살한 브랜디 벨라(당시 18세·여)가 대표적 사례다. 가해자들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벨라의 사진 및 “무료로 성관계를 해 준다”는 문구를 끊임없이 올리는 방식으로 그를 괴롭혔다.

비판이 확산되자 소셜미디어 측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스타그램은 8일 악성 댓글을 판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특정 사용자의 온라인상 접근을 당사자 모르게 차단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안이한 대책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9일 “악성 댓글을 달려고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문구를 띄우는 방안은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의 일부 학교는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그 대책이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