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으로 통한다. 우주선 조종과 각종 실험을 위한 탁월한 신체능력과 명석한 두뇌는 기본이다. 돌발적인 극한 상황에 굴하지 않는 정신력, 비좁은 우주선 내 공동생활에 필요한 사회성 등 그야말로 전인적 능력이 요구된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은 여기에 문학적 감성까지 갖춘 듯하다.
▷“개인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한 뒤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이날의 성취를 언급하며 “창세기 이후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 주”라고 표현했다. 우주선의 무사 귀환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미리 준비했다는 닉슨의 추모 연설문이 훗날 공개된 것도 흥미롭다. ‘그들은 희생을 통해 인류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세계에 인류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달 착륙은 미국인뿐 아니라 인류에게 새 희망과 도전의식을 심어준 위업이었다. 그 거대한 여정의 첫걸음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라이스대학의 연설에서 “10년 안에 달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이 일은 우리가 가진 힘과 능력의 최고치를 보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우주 경쟁에서 한발 앞선 소련을 넘어서기 위해 ‘달 착륙’이란 새 좌표를 설정한 것을 계기로 역사의 물줄기는 달라졌다. 이후 소련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의 관심이 다시 한번 우주 탐사에 쏠리고 있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중단했던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올 1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무인 달 탐사선을 착륙시킨 중국도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일론 머스크 등이 주도하는 민간 우주탐사기업을 통한 달나라 여행도 머지않았다. 지난주 일본 열도는 긴박한 한일관계도, 코앞에 닥친 참의원 선거도 아닌 우주 탐사 관련 뉴스로 들썩였다. 자국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구에서 약 2억8000km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착륙해 지하의 암석 채취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었다. 한국은 어디쯤 와있는가. 왜 다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 탐사에 나선 것일까. 그 대답의 실마리는 러시아 로켓 과학의 선구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영원히 요람에 남을 수는 없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