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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규제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기고/황성기]

입력 | 2019-07-17 03:00:00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게임에 대한 대표적인 불합리한 규제 중의 하나였던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규제가 개선됐다. 그동안 개인별 월 아이템 결제한도(구매한도)가 적용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성인의 월 50만 원 결제한도가 폐지된 것이다.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규제는 법적인 문제점들이 많았다. 우선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서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결제한도 규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결제한도 규제가 ‘그림자 규제’라고 불린 이유다.

결제한도 규제를 적용했던 이유는 ‘게임 과소비의 억제’였는데 시장경제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 일정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과소비 억제를 위해 규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정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의 문제는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의 기본이자 상식이기 때문이다.

복권이나 경마에서의 마권 등 사행산업은 예외적으로 구매한도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도박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이다. 하지만 게임은 문화콘텐츠로서 도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게임산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진흥의 대상이다. 영화, 음악, 웹툰, 캐릭터, 도서, 공연 등에는 구매한도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결제한도의 폐지로 게임 과소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폐지된 것은 성인의 결제한도이지 청소년의 결제한도는 여전히 유지된다. 성인만 이용할 수 있는 고스톱 및 포커류 게임에 적용되는 결제한도도 그대로 유지된다. 더욱이 자신의 구매한도를 성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자가한도시스템’을 게임사업자들이 채택한다고 하니 그러한 사회적 우려는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제한도 폐지는 게임 규제에 있어 ‘비정상의 정상화’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게임은 유해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많은 편이다. 결제한도 규제와 강제적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는 비록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문화 영역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국가가 보호주의 관점에서 국민의 문화생활 및 여가생활에 일일이 간섭하고 개입하면 어떠한 문화콘텐츠 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게임은 문화다. 이제 게임에 대한 비정상적인 규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