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화 신호 보내도 日 입장변화 없어… 靑 ‘강대강 대응’ 경고

입력 | 2019-07-17 03:00:00

[日 경제보복 파장]“중재위 수용 못한다” 공개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선미 여성가족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일본 수출 보복 조치의 1차 고비로 평가받는 18일을 앞두고 협상 카드 하나를 스스로 접었다. 일본 정부가 요구한 제3국 중재위원회 관련 답변 시한인 18일이 다가오면서 여권 내에서도 “중재위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날 ‘수용 불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를 포함한 사태 장기화는 한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 “모든 옵션 고려”에서 “수용 불가”로 선회


당초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제안한 중재위 구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유보해 왔다.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긴 했지만, 양국 갈등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중재위 논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일 국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재위와 관련해 “상황 진전에 따라 모든 옵션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도 그간 “모든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브리핑에서 ‘중재위 수용 불가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명쾌하게 결론이 난 것 같다”고 못 박았다. 정부가 중재위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날 오후 청와대 관계자가 중재위와 관련해 “현재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중재위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이같이 밝힌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은 중재위와 관련한 경우의 수를 종합해 본 뒤 내린 결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재위를 수용하면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기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 다른 첨예한 현안들까지 “중재위로 가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청와대는 지난달 외교부가 밝힌 한일 기업의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1+1’안 외의 협상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도 재차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1+1’안) 외에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1+1’안을 두고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는 다른 것이다.

○ 靑 “日 대화 의지 없어”…갈등 장기화 불가피


청와대가 중재위 설치 답변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먼저 쐐기를 박은 것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일본의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상황에 하나도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 뒤 일본의 반응을 보며 해법을 찾아볼 계획이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자 결국 ‘수용 불가’로 입장을 밝힌 것. 실제로 이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일) 정책 대화 재개가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마주 앉아야 서로의 지향점 사이에서 접점을 모색해 볼 수 있는데 일본이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은 강경 기조를 유지하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일본을 향해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24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