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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자사고 폐지 공론화 제안…일부 학부모들 ‘불안감 호소’

입력 | 2019-07-17 17:42:00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폐지 여부를 결정할 국민적 공론화 절차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각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평가를 통해 진행 중인 자사고 폐지 작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 차원의 일괄 추진을 하자는 뜻이다.

조 교육감은 17일 오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 다수가 ‘학교·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많은 감점을 받았다”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설립 취지인 자사고는 정책적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자사고 지정 운영 근거를 삭제해 학교 유형을 없애야 한다”며 “만일 교육부에 의지가 없다면 자사고·외고 폐지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자”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자사고 폐지 작업을 평가가 아닌 법 개정을 통한 일괄 지정취소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건 조 교육감이 수차례 주장한 것이지만,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교육감은 “지금과 같은 재지정 평가방식은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평가를 통과한 학교는 ‘일류 자사고’로 인식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교육부는 자사고 해법을 시도교육청의 평가에만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론화는 현 정부가 논란이 불거진 공약사항을 추진할 때 여론 수렴을 했던 방식이다. 탈(脫)원전 드라이브를 걸던 2017년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는 반대 방향인 원전 공사 재개를 결정한 바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 폐지 여부까지 공론화 대상에 적절한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해지 후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에 교육청과 교육부가 총 20억 원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교육청이 5년 동안 10억 원, 교육부 3년 10억 원 등이다.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의 교육과정 정상화 및 자사고로 입학한 기존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교육당국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조 교육감은 이른바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일반고도 입시 위주 교육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에 “공립고 학생도 사교육에 많이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고교체제가 정상화하려면 서열화된 대학체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고에 교육과정 및 진로전문가를 양성하고 국영수 외 선택과목을 늘려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소수의 학생들도 선택과목을 충분히 듣도록 온라인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조 교육감은 “(이 같은 계획을 통해)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고, 재벌의 자녀와 택시기사의 자녀도 한 곳에서 공부하는 ‘섞임의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무기력한 일반고’의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교과학습 부실’에 관한 대책이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웬만한 일반고에 가선 대입에 필요한 학생부종합전형자료 준비와 수능 대비를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며 자사고, 특목고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소재 대학 교육학과 교수 A 씨는 “일반고 황폐화의 본질은 ‘기초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는 한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