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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해외언론 접촉 ‘여론전’ 집중…“美, 심각성 충분히 이해”

입력 | 2019-07-17 18:50:00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접견하고 있다. 2019.7.17/뉴스1 © News1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17일 오전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면담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7.17/뉴스1 © News1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2019.5.23/뉴스1 © News1


일본의 수출규제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18일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종일 긴박히 움직였다.

17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은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같은 날 정부 고위관계자는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일본이 취한 조치가 자유무역협정(WTO) 원칙에 어긋남을 강조하는 등 국제 여론전을 펼쳤다.

이는 대일압박을 통해 일본의 추가 규제 조치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최대한 현 상황을 유지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우리 측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청하고 18일까지 이에 대한 응답을 달라고 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한 이틀 전인 16일 이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가 일본의 요구를 차단함으로써, 추가 보복조치 디데이(D-day)는 18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17일) 한일 양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어 양국 중재역할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입김이 센 대미(對美) 외교에 주력했다.

김현종 차장,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강경화 장관은 이날 순서대로 현재 방한(訪韓)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신임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릴레이 접촉’을 했다.

이들은 스틸웰 차관보에게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설명하고 우리와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김 차장은 스틸웰 차관보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스틸웰 차관보가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뒤이어 이도훈 본부장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한일갈등에 미국이 관여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동맹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마지막으로 강 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그들(한일)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정부 고위관계자는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간담회를 갖고 “일본이 수출 제한과 관련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이 지금처럼 자유무역에 대한 원칙을 어길 경우, 세계 무역 사슬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일본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수출규제 조치와 대법원 판결에 관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일본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기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한·미·일 3국 공조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같은 날 향후 일본에서 어떤 조치가 있든지간에 물러서진 않을 것이란 ‘결연한 의지’를 비쳤다.

고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조선일보·중앙일보의 일본판 기사제목들이 친일(親日)적임을 지적하며 “진정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한 한 발, 한 발을 내딛고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런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기금 조성안(案)으로 “피해자들이 100% 합의하는 사안이 있다면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협의 여지를 열어뒀다.

앞서 우리 정부는 소송 당사자인 일본기업과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수혜를 본 우리 기업이 함께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하는 ‘1+1’ 안을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어 일본 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기존 ‘1+1’ 안에 우리 정부가 추가로 참여하는 ‘2+1’ 안이 거론됐으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16일)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아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피해자들이 ’2+1‘ 안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어제(16일)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어느 시점에 말하느냐에 따라 다를텐데 100% 동의되어 왔다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