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파리 특파원
랑베르 씨는 하루 뒤인 11일 사망했다. 11년 전인 2008년 31세 청년이던 랑베르 씨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뇌가 손상된 그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그를 버리지 못했다. 연명치료가 시작됐다.
랑베르 씨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6년 뒤인 2014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그의 아내와 형제들은 말기 환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안락사법’을 근거로 튜브를 제거하려 했다. 랑베르 씨가 평소 “억지로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랑베르 씨의 부모는 분노했다. “아들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소송을 걸면서 가족 간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랑베르 씨가 눈을 껌뻑거리며 의료진에게 반응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연명치료를 두고 프랑스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오랜 논란 끝에 지난달 28일 프랑스 대법원은 “의료진 판단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병원은 2일 랑베르 씨에 대한 수분과 영양 공급을 끊었고 9일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68%, 10명 중 약 7명은 가족의 선택에 맡겨졌다.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나 질환으로 의식을 잃으면 배우자와 1촌 가족이 환자의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법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은 배우자와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 번쯤 ‘좋은 죽음’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웰다잉 전도사’로 통하는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엔딩노트’를 만들어 그간의 인생과 남은 삶,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건강검진 시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존엄사를 고민하고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가족 간 갈등으로 11년간 식물인간 상태였던 랑베르 씨를 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만 고민했던 기자 역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자문해봤다. 이토록 묵직하고, 무섭고, 상상하기 힘든 질문에 곧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죽음을 ‘가볍게 묵상’할 기회는 필요할 것 같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지금 생(生)을 살찌우는 것은 물론이고 랑베르 씨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내 가족에게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작은 믿음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