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업은 기자였다. 1987년 ‘더타임스’에서 수습기자를 할 때 인용을 조작했다가 해고됐다. 그 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자리를 잡고 브뤼셀 특파원과 정치칼럼니스트로 13년간 일했다. 브뤼셀 특파원 때 영국 내 유럽연합(EU) 회의론을 조장하기 위해 ‘EU가 콘돔 사이즈를 16cm로 통일하려 한다’는 등 과장된 기사를 쓴 것으로 비판받는다. 기사의 진실성은 간혹 논란을 빚었지만 풍부한 지식과 재기는 널리 인정받고 있다.
▷2001년 하원의원이 된 그가 외국에서까지 눈길을 끈 것은 2008년 런던시장에 당선되면서다. 반대하는 유권자조차 그가 웃겨서 그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그는 따분한 걸 참지 못하는 유형이다. 쾌활하고 유머가 넘친다. 그러나 그 유머는 윈스턴 처칠처럼 고전적이지 않고 스스로 망가지면서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감수하는 4차원적일 때가 많다. 다른 한편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고 때로 여성차별적이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토론과 타협을 중시하는 ‘영미식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언어의 신중함이 사라지고 있다. 트럼프와 존슨은 트위터를 통해 즉흥적으로 말하길 좋아하고, 거짓말도 수시로 하고, 해야 할 대답은 끝까지 피한다. 트럼프와 존슨이 영미식 민주주의 파산의 전조인지, 위선을 거부하고 직접성을 강화하는 새 민주주의로 가는 혼돈스러운 국면인지 지켜볼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