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 아토피 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충과 치료의 문제점을 나누는 자리였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최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돈 때문에 멈추고 싶지 않아요’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다. 25세 대학생 최정현 씨는 지난달 한 달 내내 국회 앞에서 중증 아토피 환자에 대한 국가 지원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최 씨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스테로이드 약물로 인해 눈에 부작용이 생겨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딱지, 피, 진물이 늘 옷에 묻었고 심한 우울증도 겪었다. 밤에 증상이 더 심해져 팔다리를 자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근 신약이 나왔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연간 2000만 원에 이르는 치료비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최 씨 같은 중증 아토피를 포함한 20세 이상 아토피 질환자는 2013년 33만9000명, 2015년 35만9000명, 2017년 40만300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체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2.4% 정도인 약 1만 명이 성인 환자다.
이처럼 경증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경증 질환이라는 이유로 본인 부담금을 더 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은 대학병원 같은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기존 30%인 약제비 본인 부담보다 20%포인트 더 비싼 50%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아토피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중증 건선은 2017년 6월부터 산정특례에 해당돼 치료 혜택을 받고 있다. 산정특례제도란 희귀질환 또는 난치성 질환에 대해 환자 본인 부담을 10%로 경감시켜 주는 것. 건선은 아토피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건선은 가려우면서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지만 아토피처럼 진물과 피가 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중증 아토피가 중증 건선보다 더 괴로운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중증 아토피 환자가 그야말로 ‘중증’ 환자임을 뜻하는 ‘중증 아토피’로 분류되도록 보건당국이 힘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되면 중증 건선처럼 중증 아토피 환자에게도 산정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
또 병원에서 중증 아토피 환자들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정부는 이 교육에 대한 수가(酬價)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아토피 피부염은 장기 재발성 피부알레르기 염증질환이어서 식이 조절, 생활관리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수가가 없다 보니 병원에서는 다른 환자와 똑같이 ‘3시간 대기, 3분 진료’를 한다. 환자들은 ‘의료기관 쇼핑’이나 셀프 메디케이션 또는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의료계에서는 ‘문재인케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부회장의 “생명을 살리는 분야에 우선 쓰여야 할,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2, 3인실 병실 급여화 등에 사용되는 게 과연 맞는가”라는 지적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사례와 함께 정부가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 문재인케어로 생명과 연관된 환자들이 치료비 고통에서 얼마나 해방됐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