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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곰팡이 가득했던 집, 8시간만에 새집처럼

입력 | 2019-07-18 03:00:00

구로구 봉사단체 ‘맥가이버’ 10명, 기초수급자 찾아 400번째 집수리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개봉1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조재화 맥가이버 봉사단장(왼쪽)과 이성 구로구청장이 도배하고 있다(왼쪽 사진). 수리하기 전 방의 모습. 오래된 벽지에 아이들이 그린 낙서가 가득하다(오른쪽 위 사진). 장판과 벽지를 새것으로 바꾼 방의 모습(오른쪽 아래 사진). 구로구 제공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개봉1동의 한 단독주택. 50m² 남짓한 방 세 칸짜리 집의 벽에는 아이들이 색연필로 쓴 낙서가 가득하다. 벽지는 곳곳이 찢어져 있다. 변기와 세면대가 하나씩 있는 좁은 화장실 벽도 곰팡이와 물때로 가득했다. 몸이 불편해 전동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기초수급자 A 씨(62). 그는 아내와 아들, 손자 손녀 셋을 데리고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장손녀(19)도 몸이 불편하다.

이날 오전 9시 반 A 씨가 사는 집에 구로구 봉사단체 ‘맥가이버 봉사단’ 10여 명과 전직 구로구 의원들로 구성된 의정회 봉사단원 3명이 찾았다. 저소득층의 집을 고쳐 주는 ‘사랑의 집수리’ 봉사활동으로 2009년 출범한 맥가이버 봉사단의 400번째 집수리 대상이다.

우선 낡고 망가진 싱크대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수납공간의 손잡이가 부러진 탓에 몸이 불편한 식구들은 사용하기 어려웠던 싱크대였다. 거실의 벽지를 뜯어내자 일부 벽면에서 깨진 석재가 흘러내렸다. 거실과 방 세 칸의 벽을 고치고 도배를 새로 했다. 곰팡이로 가득했던 화장실 벽도 깨끗이 청소한 뒤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주택 대문에서 현관으로 들어오는 공간에는 캐노피 천장도 설치했다. A 씨가 외출을 할 때 타는 전동휠체어를 보관하는 곳인데 기존에는 천장이 없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휠체어가 젖어버렸다. 또 대문 입구에도 휠체어가 다니기 쉽도록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 전에는 문턱에 휠체어가 걸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넘어지기 일쑤였다. 이날 오후 6시경 공사를 마치고 변한 집을 본 A 씨의 가족은 “남의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조재화 맥가이버 봉사단장(73)은 “400차례에 걸친 집수리 과정에서 쥐, 지네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나 장판 밑에 180여만 원을 깔고 살던 치매 노인을 만나기도 했다”며 “최근엔 삶이 팍팍해져 봉사활동이 낯선 일이 됐지만 힘이 닿는 한 지역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구로구는 ‘찾아가는 동사무소(찾동)’를 통해 A 씨의 집 상황을 파악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 몸이 불편한 A 씨의 가족이 낡고 더러워진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발견한 동사무소 직원이 구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구로구에서도 궁동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나간 현장 실사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맥가이버 봉사단을 통해 실제 집수리로 이어졌다. 집수리를 하는 인력은 모두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별도의 인건비가 나오진 않는다. 그 대신 수리에 사용하는 재료비는 구청에서 부담하거나 후원을 받는다.

한편 서울시는 5월부터 저소득 가구 1000곳을 대상으로 한 ‘희망의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예산을 부담하고 자치구에서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공공주도형’과 민간단체가 재원 50% 이상 부담하는 ‘민간참여형’ 두 가지로 진행된다. 그 밖에도 ‘집수리닷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무료로 집 상태를 진단해 주고 집수리에 필요한 공구를 무료로 대여해 주기도 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