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이상기온 잦아지며… EU-佛 등 온실가스 감축 나서 젊은층 지지 녹색당 약진도 한몫, t당 30유로 근접… 내년 65유로 전망
유럽연합(EU) 내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유럽의 전례 없는 폭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11월 취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지도자의 환경정책 강화 등이 반영된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주에 거래된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29.27유로(약 3만87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유럽 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2만 원대였다. 가격 상승이 가파르다.
‘배출권 거래’란 기업별로 온실가스 허용량을 정한 뒤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이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는 제도다.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판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한 조치다.
16일 사상 최초의 여성 EU 집행위원장으로 인준된 폰데어라이엔 전 독일 국방장관은 유명한 환경론자다. 그는 10년 후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40% 이상 감축하는 한편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과 자연이 흡수하는 양이 동일해지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한 국가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 국경세’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의 이상기온도 심각한 상태다. 이달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4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그리스에서도 이달 엄청난 폭우가 몰아쳐 7명이 숨졌다.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당의 약진도 뚜렷하다.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그룹은 기존 의석수(52석)에서 17석을 늘린 69석(전체 750석의 9.2%)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성 정당에 염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들이 특히 녹색당으로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60유로까지 치솟는다는 전망을 제기하자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지지하는 쪽은 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유럽이 미국 대신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기업 부담이 커져 결국 생산 비용 및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런던 투자회사 RCMA캐피털의 챈 비마 최고투자책임자는 FT에 “유럽을 뛰어난 청정에너지 지역으로 만들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배출권 가격은 거품”이라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