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독서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감각이 말랑해진 휴가 때 만난 책은 더 진한 감흥을 안긴다. 동아일보 ‘책의향기’ 팀이 교보문고, YES24, 알라딘과 함께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을 ‘맞춤형 테마’로 골랐다.
●‘시간 순삭’ 소설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시간을 순간 삭제해줄 소설이 ‘딱’이다. 때마침 북유럽과 미국의 스릴러 대가가 동시에 신작을 출간했다. 요 네스뵈의 ‘폴리스’와 스티븐 킹의 ‘아웃사이더 1·2’다. 각각 경찰을 노리는 연쇄살인범과 살인범으로 몰린 교사에 대한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테드 창, 켄 리우의 작품도 몰입도가 높다.
국내 소설로는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윤성희의 ‘상냥한 사람’,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이 눈에 띈다. ‘진이, 지니’의 정유정 작가와 ‘설계자들’의 김언수 작가의 전작들도 열대야와 함께 하기 좋다.
●속세 때 벗기
바쁜 업무에 부동산, 교육, 노후까지 챙기느라 터질 것 같은 우리의 뇌. 휴가 때라도 쉬게 하자.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은 무명 위에 최소한의 기법으로 수를 놓는 수행자의 마음과 생활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에세이스트 고(故) 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는 정갈한 문체와 따뜻한 일화가 돋보인다.
미국의 뇌신경학자이자 소설가인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의식의 강’과 생전 그의 연인인 빌 헤이스의 ‘인섬니악 시티’는 생의 아름다움을 반추하게 한다. 겉치레에서 벗어나 고독을 되새기자는 ‘자발적 고독’(올리비에 르모 지음), 공황장애 극복법을 소개한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아름다운 문체로 문학을 분석한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 다도를 다룬 ‘매일매일 좋은 날’(모리시타 노리코)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휴가 공부
●걷고 싶은 도시
여행지의 흔적을 그린 책은 어떨까. 작가의 손끝에서 실감나게 되살아난 도시가 적지 않다.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찰스 디킨스의 ‘찰스 디킨스의 밤 산책’(런던), 페르난도 페소아의 ‘페소아의 리스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 카트린 지타의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그리스, 오만 등)가 명저로 꼽힌다.
여행과 걷기를 다룬 책으로는 삶의 중요한 볼거리를 안내하는 ‘나 자신과 친구 되기’(클레멘스 제드마크),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인문 여행 시리즈인 ‘클래식 크라우드’가 있다.
●추억 소환
나홀로 휴가족이라면 과거의 나와 만나는 것도 한 방법. 박완서 작가가 유년의 기억을 소설로 그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만인의 추억을 건드린다. 예민해서 아프고 아름다운 성장기를 그린 신작 소설 ‘이 소년의 삶’(토바이어스 울프), ‘널 만나러 왔어’(클로이 데이킨)도 눈에 띈다. 20대와 80대 여성의 우정을 그린 ‘수영하는 여자들’(리비 페이지)과 빨강 머리 앤, 작은 공주 세라, 하이디, 작은 아씨들을 엮은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는 옛 친구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