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 기자·스포츠부
이번 논란은 스피도와 배럴이 연맹의 새 후원사로 선정된 3월 이사회 결과가 ‘뒤집힌’ 데서부터 시작된다. 선수 출신의 A 부회장을 비롯한 반대파들은 엘리트 수영복 브랜드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배럴의 자격을 걸고넘어지며 “대표 선수들에게 인지도 없는 브랜드 유니폼을 입힐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김지용 연맹 회장은 이사회의 의결까지 무효화시키며 새 후원사를 찾아 나섰다.
계약 파기를 손바닥 뒤집듯 한 연맹의 졸속행정에 실망한 두 업체는 이후 모집 공고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약 3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인 1일 연맹을 30년 가까이 후원해 온 아레나가 다시 후원사의 지위를 회복했다. 김 회장을 등에 업고 이사회 의결을 뒤집은 반대파도 연맹 행정의 주류로 올라섰다.
하지만 원상 복귀하면서 연맹이 받을 수 있는 후원 규모까지 쪼그라들었다. 수영 관계자에 따르면 연맹이 아레나로부터 받은 후원 규모는 스피도와 배럴의 절반 이하다. 가뜩이나 비인기 종목이라 주목받을 일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스피도가 끼어 든 것은 한국 수영 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일부 반대파에 흔들린 연맹 집행부가 날려버린 것이다.
문제는 논란이 터진 뒤 당시 이사회 의결을 뒤엎은 반대파 임원들이 스피도를 후원사로 끌어온 임원들에게 ‘판을 깼다’는 명목을 앞세워 “연맹에서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수영인은 “판을 깬 사람이 누구인데 새로운 행정을 펼친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냐”며 연맹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비판했다.
내년엔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연맹은 선수들이 아무 문제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다. 후원사 선정을 놓고 내부에서 싸우며 선수들이 유니폼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매직으로 ‘KOREA’를 쓰고 나가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행정이 아니다. 이런 식의 행정이 이어진다면 내년 도쿄에서 똑같은 촌극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수영연맹 집행부의 쇄신이 절실하다.― 광주에서
김배중 기자·스포츠부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