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SCMP “1987년 한국 대선 전, 여당이 부정선거 모의”

입력 | 2019-07-21 17:09:00


전두환씨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19.3.11/뉴스1 © News1

민주화투쟁의 결과로 얻은 1987년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당이 승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투표조작 등 ‘비열한 계략’(dirty tricks)을 사용하려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는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입수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예고했던 역사적인 투표에 새로운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전후 여러 현장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은 연세대 정문 앞을 지나는 운구행렬.(이한열 기념사업회 제공)2019.7.14/뉴스1 © News1

1987년 12월에 치러진 대선은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의 결실로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했다. 군부의 지원을 받았던 여당인 민주정의당에서 노태우 후보가, 그리고 야당에는 통일민주당 김영삼,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 등이 출마했다.

선거 결과 노씨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시 여당 측은 당선 여부에 엇갈린 전망을 갖고 있었다. SCMP에 따르면 이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세운 후보가 패배할 것을 우려해 투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선거에 앞서 세웠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CIA가 작성한 이 정보 보고서에는 “여당 관계자들은 노태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두고 분열하고 있으며 선거 결과를 조작하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사기(조작)를 위한 계획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적혔다.

11월23일자 보고에서는 대중들이 보는 노씨와 군사독재정권과의 부정적인 연관성 때문에 민정당 내에서 “노씨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결과 그들은 투표 조작을 포함한 흑색선전(블랙 프로파간다)과 부정한 정치 공작을 고려하고 있다. 일부 관리들은 이보다 더한 조치를 준비 중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다. 한 소식통을 인용, “여당 전략가들은 만약 노씨가 패배한다는 예측이 나올 경우엔 전두환이 선거 무효를 선언할 기회를 주기 위해 증거 조작 계획을 세웠다”며 선거무효 선언까지 계획했음을 보여줬다.

SCMP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태우씨의 측근인 박철언 전 의원의 보좌관을 통해 노씨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건은 또 당시 정부가 투표 후 김대중 후보가 “선거 결과에 반대되는 대중의 저항을 선동하려 한다면”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도 언급했다. 12월11일자 문서에서는 “(정부 당국자들이) 노씨의 승리 뒤 광범위한 불만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 선포나 제한적인 비상조치 등의 비상사태를 의논했다”고 했다.

문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선거 부정 계획을 어느 정도 실행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노씨는 지지율 46.6%로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국 국민들은 지지율 등으로 미뤄 이 선거 결과가 합법적이었다고 보고 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으로 여겼다고 SCMP는 설명했다.

야권에서는 선거 부정에 대한 의혹을 쏟아냈지만 국제선거감시단은 이 같은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보고하지 않았고, 노씨 당선에 대한 비판 여론은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은 야권에 집중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