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한국 대통령이 나에게 (한일 갈등에)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양측 모두 나를 원한다면 나는 거기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 갈등이 풀리기를 바라지만 양측 모두의 요청이 없으면 중재에 나서기 어렵다는 뜻을 완곡히 밝힌 것이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만큼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미국의 이런 태도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미국을 통한 중재 외교는 필요하다. 미국은 한일 갈등에 가급적 ‘불개입’ 원칙을 지켜왔지만 과거 한일이 독도 영유권과 과거사 문제 등으로 충돌했을 때 개입해 갈등 봉합에 나선 전례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일 갈등이 자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는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정부 들어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과 대변인실은 한일 양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며, ‘중재’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일 간 무역분쟁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와 명분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한미동맹 기반을 굳건히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23일 방한을 계기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 호위를 위한 파병 압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갈등 대응전략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관점에서 입장을 정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는 우리 장병들의 안전, 그리고 이란과 쌓아온 경제협력관계 유지라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하지만 원유의 70% 정도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면서 ‘나 몰라라’ 하고 안보 무임승차만 바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