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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염원 새긴 십육만 도자장경… 그 마음 부처에 닿는 날 곧 오겠죠”

입력 | 2019-07-22 03:00:00

성파 스님 10년 쏟아부은 역작




성파 스님이 19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의 말사인 서운암에 있는 장경각에서 도자대장경을 설명하고 있다. 양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우리 후손에겐 이 서운암의 도자대장경(陶瓷大藏經)도, 장경각(藏經閣)도 나라와 불교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남을 겁니다.”

서운암에 오른 성파 스님은 순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린아이처럼 뿌듯한 맘을 감추지 못한다고나 할까. 경전 등을 보관하는 건물인 장경각 서까래를 올려다볼 때나, 도자로 만든 경전을 쓰다듬을 때도. 그늘진 실내건만 눈빛이 형형했다.

훗날이 아닌 지금 봐도, 도자대장경은 대단한 걸작이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있는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을 일일이 새겨 도자기 판으로 구워냈다. 양면에 경전을 담은 팔만대장경을 도자기 1면씩만 넣다 보니 ‘십육만대장경’이 됐다.

한 판 크기는 가로세로 약 52×26cm, 무게는 대략 4kg. 성파 스님이 1991년 이 불사를 일으켜 일일이 확인하며 2000년에 마무리했으니 무려 10년이 걸린 역사였다. 도자기 전문가인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여러 번 이곳을 찾아 “이 많은 도자를 이리 네모반듯하게 완성한 건 굉장한 기술이다. 불심으로 이룬 위대한 업적”이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각을 완공한 건 그 뒤로 또 한참 뒤인 2013년. 모두 합치면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2년이 더 흘렀다. 장경각 역시 허투루 짓지 않았다. 옻칠 전문가인 스님이 건물에 쓰인 모든 목재와 단청에까지 옻칠을 했다. 기와 역시 손수 구운 도자 기와다. 웬만해선 엄두도 못 낼 이 큰 일을 성파 스님과 통도사는 왜 한 걸까.

“우리 불교는 전통적으로 호국불교입니다. 나라를 위해 피땀을 아끼지 않았죠. 팔만대장경은 불심으로 대동단결해 몽골을 물리치자는 의도였지 않습니까. 도자대장경은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만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부처에 닿는 날이 머지않았겠지요?”

양산=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