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휴가철 ‘제로웨이스트 투어’ 확산
바닷가에 도착해도 이어지는 답답한 정경. 전날 피서객들이 먹고 마신 맥주 캔, 배달 음식의 포장재, 일회용 수저가 뒹구는 모래밭은 마치 실패한 인공정원처럼 황량해 보였다. 인간의 휴가철이 자연에게는 되레 전쟁 시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14만5000t. 이 중 수거되는 쓰레기는 60%에 불과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최근 휴가철을 맞아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즉 쓰레기 없는 삶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들을 만나봤다.
○ 개인 수저 들고 떠나는 ‘제로웨이스트 투어’
매거진 ‘SSSSL(쓸)’ 배민지 편집장(30)은 최근 강릉으로 ‘제로웨이스트 투어’를 다녀왔다. 매거진 ‘쓸’은 작지만 천천히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생활(Small Slow Sustainable Social Life)의 약자다.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계간지.
배 편집장은 “익숙하지 않다면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텀블러와 에코백, 개인 수저, 다회 용기만 챙겨도 쓰레기를 많이 줄일 수 있다”면서 “같은 음식도 일회용 포장지에 담긴 채로 먹으면 인스턴트 느낌이 나지만 다회 용기에 담아 먹으면 격식 갖춰 먹는 기분까지 들어 좋다”고 했다.
○ 일상서도 ‘플라스틱프리’ ‘제로웨이스트’ 늘어
매거진 ‘쓸’ 편집팀이 강릉 여행 중 호텔에서 일회용품의 재활용을 부탁하며 붙여 둔 메모. 매거진 쓸 제공
서울 마포구의 카페 ‘딥블루레이크 커피&로스터스’는 최근 테이크아웃용 컵과 비닐봉지, 빨대를 모두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PLA(polylactic acid·폴리락트산) 제품으로 바꿨다. 카페 관계자는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아기가 입으로 물고 빨아도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수지”라면서 “일반 플라스틱 제품보다 2배 비싸서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지만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포장지를 전혀 쓰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숍’도 있다. 서울 동작구의 카페 겸 상점 ‘지구’는 스테인리스·유리 빨대와 천연 수세미, 화학 성분 없는 비누, 재생지 문구, 생리컵 등을 판매한다. 시리얼과 파스타 같은 음식도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살 수 있다. 국내에 처음 생겨난 ‘제로웨이스트샵’인 서울 성동구 ‘더 피커’도 일상용품부터 다회용 랩, 설거지 비누 등 주방용품과 친환경 생분해성 요가 매트까지 판매한다.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에코백도 판매한다. 단골손님들은 집에서 쓰지 않은 유리병이나 장바구니를 기부하기도 한다.
김민 kimmin@donga.com·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