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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한국당 로고[횡설수설/고미석]

입력 | 2019-07-22 03:00:00


어제 치른 일본 참의원 선거에 후보를 낸 정당들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켜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이다. 공영방송인 NHK와 관련해 방송을 보든 안 보든 매달 내야 하는 수신료 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당으로 전직 NHK 직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공정성을 위해 NHK 선거방송과 뉴스에는 ‘수신료 폐지’를 부르짖는 후보자들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NHK를 통해 ‘NHK를 때려 부수자’는 목소리가 전파되는 흥미로운 장면이다.

▷한국에서도 KBS 수신료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이와 맞물려 최근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 하나는 KBS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보도하면서 난데없이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 로고를 노출한 것이다. 뉴스의 배경 그래픽으로 ‘NO 안 뽑아요’ ‘안 봐요’란 문구가 나오는데 일장기를 상징하는 빨간 ‘ㅇ’자 안에 한국당과 조선일보 로고가 담겨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친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회에서 일본과 한국당 등을 뭉뚱그려 표시하고 낙선운동의 의미로 해석되는 문구까지 들어가면서 한국당의 분노가 폭발했다. 19일 한국당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노골적인 선거 개입 KBS는 즉각 해체하라”고 외쳤고 “범국민 수신료 거부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 파일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단순 실수’라는 해명에도 논란이 커지는 것은 정치적 편향성과 역사 왜곡 등 그간의 행태로 인해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KBS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KBS는 현 정부 관련 사업을 비판한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이 지난달 방영된 뒤 당초 예정된 재방송을 돌연 취소해 청와대 외압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이 몸살을 앓는다. 수신료 문제도 그렇고 경영진도 그렇고 정부 입김에 극히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권 성향에 맞춰 공영방송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내용이 큰 폭으로 오락가락한다면 아무리 공공성과 공정성을 외친들 국민이 믿어주겠는가. 한일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이럴 때일수록 공영방송은 중심을 잡고 신중해야 하는데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헛발질이 계속된다면 결국 KBS의 가장 큰 적은 KBS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