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보복에 시민들 맞대응 확산
일본 제품과 이를 대체할 한국 제품을 소개하는 ‘노노재팬’ 사이트.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주류, 라면 등 일본 제품 매출이 급감했다. 이달 1∼18일 이마트의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30.1% 감소했다. 불매 움직임이 시작된 이달부터 매주 10% 이상씩 매출이 빠진 셈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수입 맥주 매출 2위를 기록한 아사히맥주는 이달 판매 순위가 6위로 떨어졌고 기린 등 다른 일본 브랜드도 하위권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일본 라면(―26.4%), 낫토(―11.4%), 일본 과자(―21.4%) 매출이 감소했다.
수입 맥주 ‘4캔 1만 원’ 마케팅을 하는 편의점에서도 일본 제품의 매출이 감소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이달 1∼17일 일본 맥주 매출은 불매 움직임이 본격화된 2주 전에 비해 24.4% 줄었다. 소비자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본 상품을 판매대에서 치우는 곳들도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안 팔리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만 소비자 항의가 많아서 매대 한쪽으로 일본 제품을 치우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여행사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가 감소했다. 하나투어는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의 신규 예약자가 하루 평균 1100명 선에서 이달 중순 400∼500명 선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일부 늘었다. 노랑풍선 여행사는 이달 들어 18일까지 예약 취소 비율이 전년 동기보다 1.5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아직 7, 8월 항공권 취소 비율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예약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9월부터 일본 방문객 수가 급감할 것으로 관광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 리스트’가 퍼지면서 부정확한 정보로 기업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노노재팬’ 사이트엔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삶은 계란 ‘감동란’이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제조 기술만 일본에서 빌렸을 뿐 일본에 보내는 비용이 전혀 없고 수익은 전부 한국에서 사용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불매 목록에서 삭제됐다. 노노재팬은 속옷 브랜드 ‘와코루’와 보안 서비스 브랜드 ‘세콤’을 불매 리스트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한 쿠팡도 일본 기업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 홈페이지에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설명문을 올리고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해 성장했으며 99% 이상의 사업을 한국에서 운영한다”고 해명했다.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를 생산·판매하는 한국코카콜라도 일본 제품 논란이 일자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일본코카콜라가 아닌 코카콜라 본사에서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다이소도 “일본 다이소가 2대 주주지만 대주주는 한국 기업이고 별도의 로열티도 없다”고 해명했다. 유니클로, 아사히, 무인양품 등 일본과 합작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도 난감한 상황이다.
강승현 byhuman@donga.com·박상준·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