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부동산과 기업 등에 쏟아져 들어왔던 ‘차이나 머니’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전했다.
중국 하이항(海航)그룹은 올해 초 미국 뉴욕 맨해튼 3번가 21층 빌딩을 4100만 달러(약 518억 원)의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 타워와 가까워 국가 안보 우려가 있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따른 매각이었다. 성(姓)소수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앱 ‘그라인더(Grindr)’를 소유한 중국 모바일 게임회사 쿤룬테크(昆侖萬維)도 올해 5월 미 당국으로부터 매각 압력을 받았다.
경제 분석회사인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FDI)는 2016년 465억 달러에서 2018년 54억 달러로 88.8% 감소했다. 부동산회사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은 23억 달러 규모의 미 상업용 부동산 37건을 사들인 반면 31억 달러어치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인의 미국 주거용 부동산 구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줄었다. NYT는 “미국 당국의 중국 투자 심사 강화, 중국 투자를 덜 환대하는 분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와 외화 지출 제한 강화 등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NYT는 재무부가 골드만삭스가 중국투자공사(CIC)와 2017년 미국 제조업과 헬스케어 기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펀드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책임자는 NYT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급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