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21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개선(신규) 의석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절대 과반 확보엔 실패, ‘절반의 승리’를 달성했다. 아베 총리가 국정선거에서 6연승을 내달렸지만 ‘한국 때리기’ 기조는 지속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일 갈등을 격화시킨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보수층 결집을 통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꺼내든 카드라는 진단이 있었다. 이와 맞물려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다면, 더욱 강경한 ‘한국 때리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참의원 선거가 끝났고 절대 과반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에 대화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열린 것이란 진단도 나오지만 일본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기존 공세적 입장을 접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베 총리는 21일 오후 TV아사히의 선거 개표 방송에 출연, “(한국이) ‘전후(戰後·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제를 만들어가는 가운데 나라와 나라의 관계를 구축해가자’고 하는 기초가 된 이 협정(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하는 대응을 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한국 측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갖고 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4일부터 강화된 수출규제 조치가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결코 보복적 조치가 아니다”면서 “국가안보에 관한 무역관리를 차분히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한국에) 이 무역관리에 대한 협의를 지난 3년 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측에서 성실히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또 ‘자위대 합헌화’ 등을 위한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해 가라’는 국민 목소리에 따라 건설적인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닛폰TV의 선거 개표 방송에선 “(개헌에) 기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임기 중에 어떻게든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1일 선거에서 참의원의 124석 가운데 자민당은 57석, 공명당은 14석을 확보해 연립여당은 총 71석을 차지했다. 개헌 세력인 유신회가 차지한 10석을 포함해도 81석에 머물러 3분의 2석 절대 다수(85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기존 의석을 포함한 개헌 세력이 얻은 의석은 157석이며, 참의원의 개헌안 발의선은 164석이다.
전략물자 수출 시 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쳐 이를 공포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꼬여가는 한일갈등과 관련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한일 정상이 요청한다면 한일 갈등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