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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항전’ 연일 불뿜는 조국…‘도 넘어’ ‘시원하다’ 엇갈린 시선들

입력 | 2019-07-22 17:04:00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지난 2월2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전 강기정 정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2.25/뉴스1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일 항전’ 의지를 북돋우는 글들을 다수 올리면서 여론전에 집중함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여론의 중심에 섰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 업무를 벗어날 뿐 아니라 공직자로서도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비판이 높아지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일본의 무도한 조치에 맞서 속시원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조 수석은 지난 4일 일본이 대(對) 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한 지 1주일쯤 지난 무렵부터 페이스북에 관련한 글을 올리거나 언론 기사를 링크하는 식으로 이번 사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조 수석은 지난 12일 대일 방안을 다룬 칼럼을 인용한 걸 시작으로 22일 현재까지 총 43건의 관련 글을 올렸다. 최근 열흘 동안 하루 평균 4건 이상 대일 게시물을 올린 셈이다. ‘죽창가’ ‘매국’ ‘친일파’ 등 민감하고 강경한 단어나 표현을 앞세워 눈길을 끌고 주목도를 높인 것도 특징이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조 수석의 이러한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고 반부패를 담당해야 할 민정수석으로서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 SNS를 통해 본인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부적절할 뿐더러 내용 또한 국민적 반일감정을 선동하는 자극적·감정적이어서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 수석은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권·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 메시지를 이어오며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 16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국내 언론의 일본판 기사 제목을 두고 “매국적 제목”이라고 지적했고, 20일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정치 세력을 ‘친일파’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또 국민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자세를 비쳤다. 그는 전날 SNS를 통해 “일본 국력,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다”라면서도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고 글을 남겼다.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를 언급하며 국제 여론전을 앞두고 전의(戰意)를 북돋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조 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을 가져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책은 일본 저널리스트가 최근 자국 정부의 우경화 흐름 등에 대해 분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18.12.31/뉴스1 © News1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인사들은 조 수석이 지나친 반일 감정을 조장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조 수석을 향해 “청와대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인가”라고 말했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2년 내내 북한팔이를 하던 정권인데 이젠 일본 팔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조 수석은 애국·이적에 이어 친일파 등 국민 편 가르기로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지 여권 내 일각에서도 조 수석의 최근 발언들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페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국민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면서도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거나 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조 수석의 대일 발언들이 일본에 맞서 ‘훌륭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단 평가도 적지 않다. 자신의 SNS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사이다식 발언’으로 여론을 환기하면서 대일 대응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조 수석은 청와대 참모들 중에서 스피커가 제일 큰 분”이라며 “청와대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대일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많이 알리자는 차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이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잘 알면서도 국민 정서를 대변해 대일(對日) 스피커를 자처하고 있단 해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최근 한국 수출 규제 배경과 관련해 입장을 수차례 바꾸고 주일 한국대사의 신임장 제정 당일에 사전 통보 없는 외무성 초치를 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는데 대해 국민 여론이 강경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일본 측이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며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의 입을 통해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만 ‘업무 영역’을 따지며 점잖게 대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정상적인 일본 측에 정상적인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조 수석의 최근 SNS는 스스로의 부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인 정서를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