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대표적 한인 벤처캐피털리스트 페리 하-남태희씨
페리 하 대표(왼쪽) 남태희 대표
“계속해서 신기술이 등장할 텐데 기존 규제의 틀을 여기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
“한국의 여성 골퍼들이 미국 LPGA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미국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이해해야 합니다.”(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KDB산업은행이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 및 창업 기업의 성장을 위해 23, 24일 개최하는 ‘2019 넥스트라이즈’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물론 ‘될성부른 떡잎’을 찾는 벤처캐피털(VC)도 참석한다. 이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한인 벤처캐피털리스트 ‘드레이퍼아테나’의 페리 하(Perry Ha) 대표와 ‘스톰벤처스’ 남태희 대표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하 대표는 “가상통화와 같은 신기술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텐데 기존 규제의 ‘틀(프레임워크)’을 신기술에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는 과도한 규제에 나서는 대신 소비자에게 리스크를 충분히 알리고 교육시켜서 (신기술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카드로 신생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신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서 ‘시장 사이즈’가 최대 약점이라며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대표는 “B2B 영역에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들이 전혀 없다”며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게임회사들의 마케팅 기법이나 시장 진입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 대표 역시 “한국에는 질 좋은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 풍부한 정부 지원이 존재하지만 5000만 명이라는 제한된 시장 규모가 약점”이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고 권유했다. 하 대표는 이어 “중국의 경우 엄청난 시장 규모와 자본, 당국의 집중 지원으로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하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MBA 과정을 거쳐, 컨설팅 업체에서 일한 뒤 ‘드레이퍼 아테나’의 모태인 아테나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창업했다.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뒤 시카고대 로스쿨을 졸업한 남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스톰벤처스를 설립했다. 1000건이 넘는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가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한국에서도 컴투스에 조기 투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