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리(오른쪽). 사진제공|WKBL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최근 제23기 제1차 이사회를 열어 외국 국적 동포선수 규정을 논의하고, 2019~2020시즌부터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외국 국적 동포선수는 부모 중 최소 1인이 과거 한국 국적을 가졌거나 현재 국적을 보유하고, 대한농구협회에 등록된 적이 없는 자로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하기로 했다. 세부 규정을 보완해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2019~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내년 1월 개최될 예정이다.
외국 국적 동포선수 제도 재도입의 배경은 선수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적인 리그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다. 저변이 약한 여자농구의 현실상 취지 자체는 공감된다. 그러나 한 차례 큰 문제점이 드러난 외국 국적 동포선수의 선발을 왜 다시 시행하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모두가 기억하는 첼시 리. 조부모가 한국인이라고 거짓말한 뒤 2015~2016시즌 WKBL에서 활약했다. 당시는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선수까지 동포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표선발을 위한 특별 귀화 과정에서 서류조작이 드러났다. 첼시 리는 적지 않은 연봉을 챙겨 떠났다.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WKBL만 망신을 샀다. 이에 WKBL은 동포 선수 선발 규정을 없애고, 동포선수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드래프트를 통해서만 리그에서 뛸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제도가 부활됐다.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도 부작용은 나오기 마련이다. 팀은 성적을 얻겠지만 그로 인해 국내 선수는 자리를 내줘야 한다. 샐러리에서도 동포선수가 받는 몫 때문에 그만큼을 국내선수가 양보해야 한다. 드래프트로 선발해도 에이전트가 농간을 부리면 선수에게 적지 않은 몸값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동포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국가대표 선발은 불가능하다. WKBL에서 뛰고 싶은 진정성이 있다면 국적을 취득한 뒤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
리그 차원에서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선수수급이 어렵다면 다른 해결 방법도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 팀을 옮길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 된다. 현재는 1인 연봉 상한선이 있어 사실상 이적이 불가능하다. 유망주가 꽃을 피우지 못하면 다른 팀에서 재도전할 길을 열어주는 규정도 고려해야 한다. 약한 저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처럼 꾸준하게 하면 된다. 동포선수 선발이 단기적으로는 선수수급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는 걸 관계자들도 모를 리 없다.
최용석 스포츠부 차장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