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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정인 주미대사 카드, 지금 이 상황에 뜬금없지 않나

입력 | 2019-07-23 00:00:00


새 주미 대사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보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한미 정상 간 통화 유출사건의 책임론이 거셌던 조윤제 주미 대사의 교체를 위해 그 후임으로 유력하게 문 특보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인사 검증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대통령의 외교안보 개인교사’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상왕(上王)’으로 불려온,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중용될 것으로 점쳐졌던 인물이다. 정책적 지향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보면 문 특보 기용은 어쩌면 오래 지연된 것일 수 있다. 더욱이 북-미 비핵화 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인 문 특보는 청와대 입장에선 맞춤형 인사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 특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을 돌아보면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문 특보는 재작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와중에 “5·24 대북조치를 전향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 같은 발언으로 논란을 샀고, 작년엔 “평화협정 체결 후엔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고로 파문을 일으켰다.

문 특보는 논란이 일면 “특보는 월급을 받는 자리도 아니다”면서 ‘학자로서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문 특보의 주장은 때론 시간이 지나면 정부의 정책기조가 되곤 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문 특보에게 대신 하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았다. 그렇게 맘껏 발언의 자유를 누리던 문 특보가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로서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지는 신중한 처신을 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나아가 한미동맹보다는 대북 대화를 중시하는 문 특보가 한미 관계를 일선에서 관리하는 주미 대사 직무에 적합한지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특보와 주미 대사는 자리의 무게부터 다르다. 동맹을 경시하는 듯한 과거 발언들을 익히 알고 있는 미국 정부가 과연 그의 대사 지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정부 일각에서 농반진반으로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이 나올까”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