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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 깃발 든 존슨, EU와 결별의 길로 나서나

입력 | 2019-07-23 03:00:00

英 신임총리 사실상 확정
“무조건 탈퇴” 경선때 수차례 강조… EU에 새로운 합의안 제시할수도
유럽과 연대보다 美와 동맹 강화… FT “현실을 쉽게 생각 케이키즘”




23일 영국 집권 보수당이 신임 당 대표 겸 총리 발표를 앞둔 가운데, 사실상 새 총리로 확실시되는 ‘영국판 트럼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교장관(55)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테리사 메이 현 총리로부터 총리직을 승계한 후부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이란 유조선 억류에 대한 대응, EU 및 미국과 관계 재설정 등 첩첩산중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전 장관이 “위기에 영국 단합을 강조하면서 ‘21세기 처칠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난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판 마리 앙투아네트’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존슨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증가


총리에 오른 그의 가장 큰 시험대는 ‘브렉시트’ 처리 여부다. 현재 브렉시트 재협상은 10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영국과 EU가 결별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그는 보수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정해진 날에 무조건 EU에서 탈퇴한다”고 수차례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왔다. 다만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성향이 강한 존슨의 성격상 막상 총리에 오르면 여론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합의안을 들고 EU와 합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가 노딜 브렉시트 의지를 꺾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10월 31일까지 석 달이 남았지만 의회의 여름 휴회, 정당 연례회의, 주말 등을 제외하면 새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시간은 1개월에 불과하다고 미 CNN은 전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찾아내지 못한 합의점을 단 30여 일 만에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자유를 보장한 안전장치) 조항에 대한 영국과 EU의 입장 차가 크다. 존슨 전 장관은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반면 EU는 일체의 재협상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 난제 해결을 자신하는 그를 ‘케이키즘(Cakeism)’에 빠져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손쉽게 케이크를 먹듯이 현실적 상황이나 능력을 넘어서 무언가를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정치이념에 함몰됐다는 의미다.

○ 미국과 밀월 강화로 반(反)세계화 보호주의 확산 우려


존슨 체제하의 영국은 향후 유럽국가 간 연대보다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제는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정책을 고려하면 영국의 EU 탈퇴는 반세계화와 보호주의가 더욱 확산되는 국제 정세 변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국이 브렉시트 강행으로 호된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BBC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 우려로 지난달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EU 탈퇴로 관세가 부활하고 무역장벽이 생기는 반면 불확실성과 투자 저하가 커진다.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2% 하락할 것이라고 영국 예산책임처는 진단했다.

영국은 미국과 ‘견고한 무역협정’을 체결해 극복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영국의 경기침체는 유럽, 나아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U를 비롯해 유럽 각국이 물밑으로 존슨 전 장관에게 브렉시트 추가 연장 제안에 나선 이유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 EU 회원들은 새 브렉시트안을 논의하기 위해 존슨 전 장관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영국 더선데이타임스는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