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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탄 15인승 승합차, 급커브서 전복… 밭일 가던 4명 참변

입력 | 2019-07-23 03:00:00

삼척 지방도로 사고 12명 중경상




22일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서 119 대원들이 도로를 벗어나 전복된 승합차를 견인하고 있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삼척=뉴시스

고랭지 채소밭 일을 하러 나선 노인과 외국인 근로자를 태운 승합차가 내리막 급커브 구간을 달리다가 전복돼 4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2일 오전 7시 33분경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도로에서 그레이스 승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를 벗어나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강모 씨(62·여)와 함께 타고 있던 정모 씨(61·여), 태국인 남성(44)과 여성(34)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김모 씨(78·여)와 전모 씨(75·여), 태국인 여성(33) 등 3명이 중상을, 내국인 3명과 태국인 3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태국인 근로자 3명은 사고 직후 경상을 입은 상태에서 현장을 떠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이들이 신분이 들통 날 것을 우려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태국인 근로자 9명 모두 30, 40대의 불법체류자였고, 내국인 7명은 충남 홍성군에 거주하는 60, 70대 여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이날 오전 1시경 홍성을 출발해 경북 봉화군의 고랭지 채소밭에서 일을 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이들은 1인당 일당 6만 원을 받고 일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점은 봉화군 석포면에서 삼척시 가곡면으로 향하는 도로의 내리막 급커브 구간이다. 경찰은 도로의 구조적 원인과 낯선 지형, 운전 부주의, 차량 결함, 급커브, 급경사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차량이 목적지인 봉화가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운전자가 방향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으로 종적을 감춘 외국인 근로자들의 행방을 찾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합차는 도로 왼편 산 옆에 설치된 옹벽을 들이받은 뒤 20m가량을 내려가다가 다시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를 벗어나 전복됐다. 차량은 뒤집어져 네 바퀴가 하늘을 향했고, 차체 일부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승합차가 들이받은 철제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로 주저앉았다.

부상자 이모 씨(70·여)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흔들리더니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정신을 겨우 차리고 기어서 간신히 차 밖으로 나왔더니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의 가드레일은 안전등급이 없는 ‘무등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지점은 도로 구조상 가드레일 설치 기준 4, 5등급에 해당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은 15인승으로 실제 16명이 탑승했지만 도로교통법 제39조에는 승차 인원이 정원의 110%까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경찰은 정원 초과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승차 정원을 넘어서 운행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운행 경로에 따라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사고를 낸 승합차 운전자 강 씨는 10년 전에도 유사한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군과 경찰서에 따르면 강 씨는 2009년 1월 20일 오후 6시 10분경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축협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승합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굴착기를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 차량은 이번 삼척 사고 차량과 같은 차종이었다.

삼척=이인모 imlee@donga.com / 홍성=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