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구속만료… 법원 직권결정 “재판 관련 사람 못만난다” 조건에… 梁 “아내도 못만난다는 것 아니냐” 변호인 1시간넘는 설득에 받아들여… 보석 조건, 김경수와 사실상 동일 檢 “조건 없는거나 마찬가지” 반발
22일 보석이 허가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양복을 입고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에 옅은 미소를 보이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양 전 대법원장은 처음에 “이런 보석 조건이면 못 나간다”며 완강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특히 재판부가 보석 조건으로 내건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또는 그 친족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건이 두루뭉술해서 아내도 못 만난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1시간 넘게 변호사가 설득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결국 보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재판부가 정한 보석 조건에 대해 피고인과 검찰 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은 여전히 구속 만기를 앞두고 조건부 보석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판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보석 결정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은 “조건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검찰은 그동안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조건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은 외출 및 통신 제한, 법원에 대한 보석 조건 준수 보고 의무 등 사실상 ‘자택 구금’ 수준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단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이 누구를 만나더라도 감시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아파서 병원에 간다며 재판에 안 나와도 어쩔 수 없게 됐다”고 재판 지연을 우려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올 1월 24일 구속 수감된 양 전 대법원장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검찰이 신청한 212명의 증인 중 4명에 대한 증인신문만 마쳐 아직 초기 단계다. 1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올 3월 25일부터 첫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이달 10일 전까지 검찰과 피고인 측은 증거 능력을 다투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검찰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된 이후 재판이 더 지연될 것을 우려해 향후 주 2회 재판을 주 3회로 늘려 달라고 재판부에 건의했다.
김예지 yeji@donga.com·김정훈·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