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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깊은 경기장, 수심 날린 조직위… 구름 관중 몰려 분위기 후끈

입력 | 2019-07-23 03:00:00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경영 열리고 있는 남부대 수영장, 대회 기준 수심 2m 훨씬 넘는 3m
스타트-턴한 뒤 수면 올라올 때 탄력 많이 받아 기록 단축에 도움
세계신 1개-대회신 5개 쾌속 질주




“세상에 세계신기록이라니, 본전 뽑았구먼.”

21일 오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을 나온 한 관중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장은 남자 평영 100m 준결선에 출전한 영국의 애덤 피티(25) 덕에 들썩였다. 2조 4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피티는 초반부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전광판에 새겨진 그의 기록(56초88) 옆에 세계신기록을 알리는 ‘WR’ 표시가 찍히자 관중석에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감격에 벅찬 함성 소리가 흘러나왔다.

2015년 이후 5년 가까이 평영 100m에서 왕좌를 내놓은 적이 없는 피티의 ‘초반 러시’는 유명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도 평영 100m 예선에서 57초55로 세계신기록과 올림픽 기록을 경신한 그는 결선에서 57초13으로 다시 한 번 기록을 깼다. 평영 100m 역대 톱10 기록을 독식 중인 피티는 이번 대회에서 평영 100m 첫 56초대 기록 진입에도 성공했다. 결선이 열린 22일 피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구름관중이 몰려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그는 이날 57초14로 세계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평영 100m 역대 4번째 빠른 기록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피티와 결선에서 대결한 중국의 옌쯔베이(24)도 58초63으로 1년 만에 아시아기록(종전 58초78)을 세우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2개 대회 연속 7관왕을 노리는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23·미국)도 21일 접영 50m 준결선에서 대회기록(22초57)을 세운 데 이어 이튿날 결선에서 22초35로 다시 대회기록을 깨고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같은 기록 행진에는 수심이 깊은 수영장의 조건이 한몫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수영연맹(FINA) 기준에 따르면 세계수영선수권을 치를 수 있는 수영장 수심 기준은 2m 이상인데, 2015년 당시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지은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의 수심은 이보다 1m 더 깊은 3m다. 따라서 수심이 2m인 경기장(약 3일)보다 물을 채우는 데도 하루가 더 걸린단다.

최일욱 서울시수영연맹 부회장은 “수심이 깊으면 스타트나 턴을 할 때 물속 깊이 들어가 잠영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얕은 수심보다 물결의 영향도 작게 받아 기록 단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초반 당락이 중요한 단거리일수록 이런 미세함에서 일어나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기록 단축을 돕기 위한 대회 관계자들의 노력도 숨어 있다. 정근섭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경기시설팀장은 “하루에 6번 수온, 수질을 체크해 적정 수온인 27도 내외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선수들이 기록을 세울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42개의 금메달이 걸린 경영 종목은 아직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 앞으로 광주에서 금빛 질주와 함께 새로운 이정표에 환호하는 명장면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