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日 수출규제 조치 90일 되는 10월1일이 생산 차질 여부 분수령” 삼성-SK하이닉스 비상경영 총력전
동아일보DB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길어지는 불황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발 수출 규제가 장기화해 생산 차질까지 빚어지면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22일 관세청은 1∼20일 반도체 수출액이 44억87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2% 줄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체 수출액(282억9700만 달러)의 전년 동기 감소율이 13.6%인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수출 감소가 한국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달 월간 수출이 2016년 1월(―19.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일까지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19.3% 감소했다.
이번 반도체 수출 급감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가격 하락 탓이 크다. 한국 반도체의 주력 수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공급 과잉과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D램(DDR4 8Gb 1G×8 2133MHz)의 고정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하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가격 대비 54.7% 떨어진 3.31달러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본발 수출 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단기적으로 수출 규제에 따른 재고 확보 수요가 늘어나 D램 고정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면 타격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가수요를 불러일으켰고,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 등 공급 감소 효과로 하반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며 “다만 규제가 장기화되면 직접적인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달 4일에 주문한 규제 품목이 허가기간(90일)이 지난 10월 1일까지도 공급이 안 되면 아무리 국산화를 한다 해도 필요 물량을 채우지 못해 생산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 경우 한국 반도체만 업황 반등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