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정보기술(IT) r기업과 협력해 고위급 인사를 겨냥한 대규모 통신 감청망을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현지시간)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008년 5월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던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KTPC)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회의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회의가 개최된 2008년 5월은 KTPC와 오라스콤이 25:75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합작, 고려링크를 설립해 3세대 이동통신망(3G)을 구축하기 수개월 전 시점이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자료를 토대로 화웨이·판다인터내셔널정보기술과 북한 정부 간 협력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38노스는 북한이 ‘대규모 감시망’을 구축한 데 초점을 뒀다…
당시 회의는 기술 실무진급으로 진행됐으나 리수용 당시 제네바 유엔사무국 북한대표부 상임대표도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통신기술 통제가 북한 내에서 시급한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인터넷 접속을 합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인 LIG 도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는 전 세계적으로 법 집행기관에서 범죄자를 감시하는데 사용되는 방식이다. 북한은 고위급에 도청 장치를 갖춘 단말기를 지급해, 인사 2500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300통화를 모니터링할 계획이었다.
북한은 동시에 60명의 운영자가 로그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해 7테라바이트 규모의 저장 시스템에 정보를 담을 계획을 마련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북한 당국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3국 통신망보다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암호화 시스템을 택했다. 통화 내역이나 인터넷 사용 기록을 자유롭게 감청·감시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제공한 통신장비의 인수와 선적은 홍콩에 본사를 둔 뉴이스트 국제 트레이딩 회사에서 처리했다. 이 회사는 임원진 중 베이징 차오양구에 주소지가 있는 한철과 주옥희가 보유한 상하이 푸둥개발은행 계좌를 통해 북한과 거래했다. 이 은행은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대형은행 3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38노스에 따르면 현재 고려링크와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강송넷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5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더 많은 자유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북한에 보급된 휴대전화에는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앱을 차단하거나, 무작위로 스크린샷을 찍어 활동 기록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돼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