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의 급성기 증상인 망상, 환각, 충동성, 공격성 등 심각한 증상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병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반드시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정신질환은 어쨌든 치료를 시작해야 증상이 개선되고,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야 자신이 병들었음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신질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비자의 입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적어도 급성기 정신질환자의 경우 비자의 입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미국, 호주, 영국 등 많은 선진국에 비자의 입원과 이를 관리하는 법률이 있고 이를 법원 또는 행정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정신질환자도 엄연히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며 사회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 권리가 있다. 자신이 원치 않는데도 입원을 시켜 사회에서 격리하고 원치 않는 치료를 명령하는 것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환자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비자의 입원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아직 현실적인 뒷받침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공청회 한번 없이 개정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형식적 규제가 강화되고 서류심사만 많아졌다. 가족의 고통과 부담에 대한 배려가 없음은 물론이다. 비자의 입원 절차가 너무 어려워진 탓에 정작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가족과 이웃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미 충분히 악화돼 체념하고 입원 치료를 받아들인 만성 환자만 병원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환자는 자신의 입원 결정에 대하여 직접 말하지 못하고 입원과 퇴원은 가족과 의료기관,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책임은 국가에 있다.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원치 않는 입원을 하려면, 공정한 독립적 심사기구가 있어야 한다. 또 환자 자신이 심사기구에 출석해서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과 치료라는 중대한 결정의 윤리적 부담과 법적 책임을 가족과 의료인을 넘어서 국가가 져야 한다.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고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법이 할 일이기에 비자의 입원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비자의 입원은 환자의 인권과 자유를 제한한다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국가는 환자를 질병의 고통에서 구제하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환자가 안심하고 시민이 안심하고 의료진이 안심하는 ‘안심입원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