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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냉장창고서 쉴틈없이 식품 분류… 식은땀 쫙~

입력 | 2019-07-24 03:00:00

[커버스토리]뜨거워진 새벽배송 체험해보니… 오후 11시 송파 물류창고 불야성
완도 전복-거제도 돌문어 등… 전국서 올라온 신선식품 가득
계란 에어캡, 어패류 아이스팩 포장… 컨베이어벨트로 집하장 이송
자정 넘기자 ‘또다른 전쟁’… 400∼600명 수도권 배달 시동
동트기 전까지 아파트 빌라 돌며… 차량 한 대당 최대 50건 처리




15일 오후 11시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에 위치한 ‘마켓컬리’ 복합물류창고 주변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접수된 주문 4만여 건을 8시간 안에 배달하기 위한 ‘새벽배송 전쟁’이 시작된 참이었다.

오후 11시 30분 지하 1층 냉장창고에 도착하자 추위가 느껴졌다. 채소 등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섭씨 4도로 온도가 맞춰진 때문이다. 창고에는 전남 완도 전복, 경남 거제도 돌문어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신선식품들로 가득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마켓컬리 상품위원회가 매주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정한 것들이다.

최근 들어 이른 아침 아파트 출입문 앞에 택배상품이 놓여 있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앱 등으로 아침 찬거리 등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보는 이른바 ‘새벽배송’이 가져온 아침 풍경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첫선을 보인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성장을 주도하는 곳이 마켓컬리이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선보인 이후 회원은 16만 명(2016년 말)에서 200만 명(2019년 6월 말)으로, 매출은 29억 원(2015년)에서 1570억 원(2018년)으로 급증했다. 성장 비결은 철저한 상품관리와 신속한 배송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었다.

“버섯 다섯 건, 파란색 불 들어온 바구니에 넣어주세요. 계란은 빨간 불이에요. 개수 꼭 확인하시고….”

직원의 꼼꼼한 상품 분류법 설명에도 기자의 손은 허둥댔다. 불이 들어왔는지, 상품은 몇 개를 넣어야 하는지가 자꾸 헷갈렸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서늘한 창고에 있는데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상품 분류가 끝나자 가정배달용 박스에 상품을 담는 패킹 과정이 이어졌다. 깨지기 쉬운 계란은 에어캡으로, 상하기 쉬운 어패류는 아이스팩으로 포장된 뒤 배달박스에 담겼고, 다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 배송지역 집하장으로 이송됐다. 자정을 넘어서자 서울 시내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 용인, 고양, 파주시로 배달되는 배송 차량들이 시동을 켜기 시작했다. 강재규 마켓컬리 배송책임자는 “하루 약 300명이 분류 포장을, 400∼600명이 배송을 맡는다”며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차량 한 대당 최대 50건을 처리한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3년째 배송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박진수 씨(32)와 손을 맞춰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 아파트와 빌라에 생수와 우유 등을 배달하게 됐다. 오전 1시 20분. 첫 배달지인 청담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 출입문이 잠겨 있었지만 주문자가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가 문 앞에 상품을 놓고 바코드를 체크한 뒤 상품 확인 사진을 찍고 되돌아 나왔다. 이어 삼성동 일대 3, 4곳을 더 들른 뒤 오전 3시경 일과가 끝났다.

새벽배송은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를 이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다. 마켓컬리는 ‘내가 먹고 싶은 상품을 판다’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성공시대를 열었다. 성공 가능성에 유통 공룡들도 잇따라 새벽배송 시장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SG(신세계),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이 기존에 확보한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홈쇼핑 업체들도 가세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