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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2016년 7월 브렉시트발(發) 혼란을 헤쳐 나갈 구원투수로 취임하면서 “모두를 위한 영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가 재임한 3년 동안 영국은 EU에 남지도, 떠나지도 못한 채 격랑 속에서 표류했다. 매년 부담금을 내고 EU 단일시장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 방안은 의회에서 세 차례나 부결됐다. 결국 스스로 물러나면서 메이 총리가 타협의 미덕을 강조한 건 브렉시트 강경파와 세계적 포퓰리즘 흐름에 맞서 브렉시트 연착륙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3년의 경험이 응축된 말일 터다.
▷메이 총리가 ‘유리절벽’에서 떨어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유리절벽’은 조직에 막다른 위기가 닥쳐야 여성에게 고위직이 돌아가고, 그 위기를 돌파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유리천장’을 돌파해 보니 절벽인 셈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쳐 이 혼란을 만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시 EU 탈퇴에 앞장서던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이 당 대표 경선에서 돌연 사퇴해 버리면서 얼떨결에 당선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남성들이 만든 쓰레기를 치우게 됐다”는 소리를 들으며 취임했는데 이제 임기 내내 메이 총리를 흔들던 존슨이 차기 총리로 등극했고 캐머런 전 총리도 정계복귀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