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석 의사자 기념 표석을 한 시민이 밟고 지나가고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구특교 사회부 기자
기자는 최근 서울에 있는 의사자 기념 표석 14곳을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에 설치된 의사자 기념 표석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각 구청이 설치와 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의사자 기념 표석이 설치된 곳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잊혀진 공간’이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설치된 이창우 의사자 표석에 적혀 있는 글씨는 흐릿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2006년 한강 선착장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다 숨졌다. 이곳 표석을 관리하는 서울시한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관리해야 하는 다른 시설물이 많아 표석까지 신경 쓰기 힘들다. 표석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위치를 알려 달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14곳 중 표석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진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송파구 탄천변의 한 공원에 있는 양병모 의사자의 표석을 찾는 데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또 양 씨 표석에는 ‘2003년 8월 28일 탄천에 빠진 친구를 구하다가 자신을 희생했다’고 적혀 있는데 서울시가 작성한 ‘의사자 기념 표석 설치 현황’에는 ‘양 씨가 2001년 1월 10일 익사했다’라고 돼 있었다. 설치 현황에 기재된 양 씨의 사망일이 잘못 기록된 것이다.
“저희에게는 일회성 보상보다는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더 큰 위로가 됩니다.” 2007년 중국 유학 도중 학교 동료를 구하다 숨진 김진호 의사자의 아버지 김원기 씨의 말이다. 의사자 유가족들은 대부분 김 씨와 같은 얘기를 했다. 의사자 표석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잊혀진 의사자들’이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구특교 사회부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