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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합동 도발’… 영공 처음 침범당했다

입력 | 2019-07-24 03:00:00

中-러 폭격기 4대, 한국 방공구역 사상 첫 동반 진입
러 조기경보기 1대는 독도 영공 두 차례 7분간 침입
韓전투기 360발 경고사격… 靑 “재발땐 더 강력조치”




한국 영공-KADIZ 침범한 中-러 군용기들 23일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무단 침입해 우리 전투기가 기총 사격을 하고, 러시아와 중국 폭격기 2대씩 총 4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해 합류비행을 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독도 영공을 2차례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왼쪽). KADIZ 내에서 합류비행을 한 러시아 폭격기 TU-95(오른쪽 위)와 중국 폭격기 H-6. AP 뉴시스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무단 침범해 우리 전투기가 기총 사격을 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해 연합 비행을 펼치기도 했다. 외국 군용기가 영공에 침입한 것과 중-러 군용기의 무단 KADIZ 동반 진입 모두 사상 최초다. 최근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흔들리자 중-러가 손을 잡고 ‘한반도 주변 안보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9분부터 3분간 정찰 임무를 하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 1대가 독도 동쪽 13km까지 접근했다. 우리 영공인 독도 인근 12해리(약 22.2km) 이내로 깊숙이 들어온 것. 이후 KADIZ 너머까지 잠시 빠져나간 A-50은 오전 9시 33분부터 4분간 독도 영공을 재침입했다. 공군이 사상 최초의 사태에 KF-16 등 전투기를 순차 투입해 섬광탄(플레어)을 투하하고, 전투기 기총으로 경고 사격을 360여 발까지 했지만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을 7분간 비행한 뒤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오전 각각 폭격기 2대(총 4대)를 투입해 KADIZ 내에서 연합 비행을 하기도 했다. 중국 폭격기 2대가 먼저 KADIZ에 진입한 뒤 빠져나갔고 이후 러시아 폭격기와 합류한 뒤 KADIZ로 되돌아와 24분간 비행했다. 군 관계자는 “미리 세부 계획까지 짠 뒤 의도적으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대리를 초치해 우리 영공과 KADIZ 침범에 대해 항의했다. 국방부 역시 주한 중국 국방무관과 주한 러시아 공군무관을 각각 초치했다.

하지만 중-러 당국은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는 국방장관 성명을 통해 “(러시아 폭격기는) 국제 규정을 준수했으며 한국 전투기의 기동이 러시아 폭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독도) 영공을 러시아기가 침공했는데 왜 한국에 항의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영토여서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데, 한국이 조치에 나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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