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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東海 상공 유린한 중·러… ‘동맹의 무게’ 새삼 일깨웠다

입력 | 2019-07-25 00:00:00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차석무관이 23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어제 밝혔다. 이 무관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 공식 입장은 달랐다. 러시아 국방부는 영공 침범 자체를 부인했고, 공군의 한 사령관은 우리 공군의 경고사격을 두고 ‘공중 난동’이라고 망발했다.

러시아 측이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루 뒤에야 공개한 내용이다. 게다가 러시아 무관이 했다는 발언은 러시아 정부 입장과는 판이하게 달라 그 진의부터 의심스럽다. 우리 국방부도 러시아의 고의적 침범에 무게를 뒀다. 러시아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지만 청와대의 섣부른 상황 인식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향후 러시아의 입장 변화 여부도 지켜볼 일이지만 러시아 측 해명이 나온다 해서 초유의 영공 침범을 쉽게 일단락할 수는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을 당연시했고 양국의 동해 상공 연합훈련까지 정당화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공군과 중국 공군이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 첫 번째 연합 공중 초계비행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고, 러시아와 중국은 연합훈련과 군사기술협력을 위한 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앞으로 중-러 군용기가 수시로 KADIZ를 무시하며 동해에 출몰할 것이란 예고인 셈이다. 이처럼 동해가 중-러의 무력 과시 무대가 된다면 한반도 주변은 동북아 신(新)냉전의 대치전선이 될 수 있다.

이런 엄중한 안보상황은 우리 정부에 비상한 경각심을 요구하는 한편 한반도 방위의 굳건한 토대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중-러는 최근 한일 갈등으로 불거진 한미일 3국 협력의 균열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이 한일 갈등을 부채질하려 했음은 일본이 터무니없는 영토 주장을 하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어제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잇달아 만나 앞으로 중-러의 유사한 도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안보협력, 즉 우리 군의 파병 문제도 논의했다. 동북아 안보의 큰 틀이 바뀔 수 있는 시기에 미국과의 동맹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동맹을 보다 굳건히 하기 위한 협력에 인색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