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너스 모레일서 ‘헤라클레이토스’, 1630년경.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너스 모레일서가 그린 이 남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다. 만물은 변화한다는 변증법적 사고를 가졌던 그는 ‘선과 악은 하나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은 같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등의 말로 유명하다. 수수께끼 같지만 깊은 철학적 생각이 담긴 그의 말과 글은 헤겔이나 니체와 같은 후대 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모든 지위를 버리고 자유인으로 살았다. 혼자 공부하고 스스로 탐구해 철학적 깨달음을 얻었지만 당대 사상가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는 독설가였다. 괴팍한 성격 탓에 늘 고독했고,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스스로 은둔자의 삶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그는 ‘어둠의 철학자’ ‘우는 철학자’로 불렸다.
화가는 그림 왼쪽에 커다란 지구본을 그려 넣었다. 이는 세계를 상징한다. 그러니까 백발의 고대 철학자는 지금 개인적 슬픔이 아니라 세상을 걱정하며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눈물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격한 감정의 표현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슬픔과 고독, 절망의 감정이 고대 철학자가 느꼈던 것보다 덜하진 않을 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눈물을 흘릴 것인가? 이 그림이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