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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 자극하는 유튜브 흥신소[현장에서/신규진]

입력 | 2019-07-25 03:00:00


신규진 문화부 기자

“영상을 안 내리면 찾아가겠다고 협박하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 한 청년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초 ‘별일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돈을 빌리기 위해 상담까지만 하고 실제 빌리진 않았지만 며칠간 협박 전화에 시달려 외출도 못 했다고 한다. 그는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벌였을까.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조금만 뒤져봐도, 누리꾼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취재 대행’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른바 신종 ‘온라인 흥신소’인 셈이다. 방송 뉴스 못지않은 완성도로 인기가 높다.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호스트바 면접 체험기는 조회수만 195만 회에 이른다. 몰래카메라에 담긴 호스트바 종사자는 ‘선수’ 등 전문 용어를 써가며 “시간당 3만5000원” “2차는 무조건 가야 한다” 등 생생한 업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우성급’이 아닌 이상 돈도 못 벌어요”라는 유튜버 말엔 뉴스가 줄 수 없는 유머도 담겨 있다.

매번 잠입 취재 등 힘든 과제만 도맡는 건 아니다. 의류 수거함에 담긴 옷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구청 직원과 통화하거나 헌 옷을 되파는 업체에 방문하는 수고도 기꺼이 감수한다. “직접 알아보긴 귀찮고 언론에 제보하기엔 소소한 내용들을 묻는다.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밝힐 필요도 없어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하다”는 경험자의 말처럼, 제보자 맞춤형 ‘알 권리’가 충족될 확률도 높다. ‘1인 언론’ ‘참기자’ 등 댓글을 보고 있자면 이들의 영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문제는 일부 유튜브 채널의 경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성매매 오피스텔을 방문하거나 직접 ‘몸캠 피싱(알몸이나 음란행위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은 뒤 협박해 돈을 뜯는 것)’을 체험하는 위험천만한 일들도 적지 않다. 조직폭력배 세계나 장기 매매 실태를 알아봐 달라는 구독자들의 자극적인 피드백도 문제다.

더구나 구독자가 많지 않은 일부 유튜브 채널에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실제와 연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콘텐츠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처음엔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촬영에 들어가지만 현실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엔 연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한 유튜버의 말을 참고해보면 판단은 구독자들의 몫이다.

협박 전화를 받았다던 청년은 “경각심을 주기 위해”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이 주목받는 SNS 시대 속 그럴듯한 취지에 도사린 위험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신규진 문화부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