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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도쿄서 한국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쏘고 떠나렵니다” 권총 달인의 마지막 조준

입력 | 2019-07-25 03:00:00


‘권총 황제’ 진종오가 서울 강북사격장에서 올해 5월 새롭게 장만한 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내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생애 일곱 번째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제 인생에서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네요. 이번에도 남들이 깨기 힘든 기록 하나를 남기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 강북사격장에서 만난 ‘권총 황제’ 진종오(40·서울시청)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3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50m 권총)를 달성한 그가 도쿄 올림픽에서 노리는 기록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네 번의 올림픽에서 진종오는 6개의 메달(금 4개, 은 2개)을 획득해 현재 김수녕(양궁)과 나란히 역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진종오는 “메달 1개를 더 목에 걸어 최고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자신의 전공인 50m 권총이 올림픽 종목에서 빠지면서 부전공인 10m 공기권총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올림픽 대표 선발전 결과에 따라 진종오는 2개 종목(10m 공기권총 개인전, 10m 공기권총 혼성)에 출전할 수 있다. 그는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었다. 진종오는 “(50m 권총이 폐지돼) 아쉽지만 한 종목만 훈련하면 되니 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5월에 그는 새 총을 장만했다. 오스트리아 총기업체 슈타이어가 1년에 걸쳐 제작한 300만 원짜리 빨간색 권총이다. 어린 시절 중고 총으로 사격을 시작한 그는 리우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총으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진종오는 “좋아하는 색으로 만들어진 총이라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은 그가 현역으로 나서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종오는 “5년 뒤에 열릴 파리 올림픽은 출전이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노안이 올까 봐 두렵다”며 웃었다. 현재 진종오의 시력은 왼쪽 1.2, 오른쪽 0.8이다. 그동안 낚시, 사진 촬영 등의 취미 생활로 선수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었던 그는 최근에는 오토바이를 타며 기분을 전환한다. 진종오는 “지난해부터 배기량이 높은 오토바이(900cc)를 타고 있다. 경기 양평 등의 한적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0m 공기권총 세계 3위인 진종오는 사격 훈련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며 올림픽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체력이 없으면 정신력이 살아나지 못한다. 겨울부터 상하체 근력과 체력을 키우는 훈련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량이 소주 2병인 그는 내년 1월 1일부터 술도 끊기로 했다. 진종오는 “2012 런던 올림픽 때부터 ‘1월 1일 금주 시작’으로 결의를 다졌다. 강한 의지와 최고의 집중력으로 마지막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