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 개봉 훈민정음 해례본 총 108자 등 영화 곳곳 ‘신미 코드’로 재해석 일부 관객 “역사 왜곡” 우려
쉬운 문자를 통해 백성에게 진리를 전파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신미 스님 역의 박해일.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아니요. 나는 부처를 타고 가겠습니다.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십시오.”(신미 스님)
역적의 집안에서 태어나 천한 승려가 된 신미는 임금 앞에서 감히 절을 하지 않는다. 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눈을 고쳐 뜨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드는 일에 매달린 세종은 한글 창제의 실마리라도 잡기 위해 신미를 설득한다.
세종대왕의 이면에 있는 인간적인 감정과 고뇌를 표현한 배우 송강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는 훈민정음을 ‘신미 코드’로 재해석해 곳곳에 녹여냈다.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종대왕이 안평대군에게 구술하며 받아 적게 하는 장면에서 세종은 일부러 한 글자를 지워 총 108글자로 완성한다. ‘108’은 널리 알려진 불교의 법수(法數)다. 세종대왕이 중국의 각종 언어학 서적을 밤새 연구하면서도 찾지 못한 한글 창제의 마지막 퍼즐이 불교 유산 팔만대장경 안에 있었던 점,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 파스파 문자 등 소리글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점은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올 법한 부분이다.
영화 안팎으로 신미 스님이 부각되다 보니 일부 관람객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글 창제의 정설을 뒤집는 역사 왜곡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봉 첫날인 24일부터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화로 보기에는 심각한 역사 훼손이 아니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