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정식으로 총리에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세계는 미중의 패권전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영국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미중 패권 전쟁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미국의 식민종주국이기 때문에 서방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 할 말은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화웨이 문제도 영국은 중립을 지키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은 존슨 총리는 의외로 친중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슨 총리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미중 패권 전쟁이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 존슨 총리 영국의 대표적인 친중파 : 일단 중국은 일대일로에 적극적이고,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존슨 총리 취임을 대환영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영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친중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슨 총리는 24일 홍콩의 봉황TV와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에 관심이 많다”며 “영국의 새 정부는 대단히 친중적인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중국이 현재 15만5000명의 유학생을 영국에 파견하고 있다”며 “중국이 더 많은 유학생을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딸도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유학했었다고 밝혔다.
◇ 영국이 가장 먼저 AIIB 가입 : 그는 더 나아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당시, 영국이 서방 국가 중 최초로 AIIB에 가입함으로써 AIIB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IIB는 아시아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다. 미국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 브렉시트 강행, 중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 존슨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99일 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24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취임 직후 공개한 내각에서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하면 중국은 더욱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른다.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 중국 EU가 삼분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중국과 협력을 늘리는 방법으로 브렉시트의 역효과를 만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국도 내심 영국의 EU 탈퇴를 바라고 있다.
◇ 트럼프 – 존슨 모두 뉴욕 출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로 영국 총리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축하한다는 트윗을 날리며 강력한 ‘케미’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두 인물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금발이며, 예측할 수 없고, 또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극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은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대중주의자)이며, 기성 정치 시스템에 대한 반발의 ‘아이콘’이다.
더욱이 둘은 모두 뉴욕출신이다. 존슨 총리는 뉴욕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영국으로 이민 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존슨 총리의 취임을 축하했다. 그는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리스 존슨의 영국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 그는 위대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임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보낸 트윗과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관련, “브렉시트와 관련, 그는 매우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주미 영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경질 된 것을 비롯해 최근 미영 관계는 사상 최악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케미가 맞다. 이에 따라 미영 관계가 정상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원인 나일 가이드너는 “양국의 정상이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 때처럼 미영관계가 최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둘 다 예측불가능, 어디로 튈지 몰라 :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 정상이 모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기 때문이다.
양 정상의 특징은 둘 다 불안정하며,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성향이 양국의 관계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실제 둘이 설전을 한 적이 있다.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뒤 한 TV와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 일부지역은 이슬람이 너무 많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런던 시장이 존슨 총리였다.
존슨 총리는 “나는 미국 뉴욕에 가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존슨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에도 반대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2015년 이란과의 핵합의를 준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둘 다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 속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존슨 총리는 때로는 미국 편에, 때로는 중국 편에 서면서 영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