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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살해한 20대 2심서 징역 30년→12년 ‘감형’…이유는

입력 | 2019-07-25 13:26:00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여동생을 다치게 한 20대 조현병 환자가 2심에서 형이 18년이나 감형됐다.

이는 재판부가 피고인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심각한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만큼 ‘치료감호를 통해 치료할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5일 존속살해,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28)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지난해 10월5일 오후 10시40분쯤 인천 부평구 소재 주거지에서 피해자인 어머니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여동생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전씨의 요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배심원 6명이 징역 30년을, 배심원 3명이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22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의 양형은 너무 무겁다고 봤다.

전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정신질환 상태도 매우 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 2015년부터 5차례에 걸쳐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사건 당일에도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에서는 “(어머니와 동생이) 뱀파이어여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죽였다”고 주장했다.

2심에 이르러 정신감정 때는 “법적인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은 모두 뱀파이어지만 기억조작 때문에 가족이 됐다”, “어머니는 현재 살아있다”, “아버지는 식인종으로 어릴 때 산채로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책임주의’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형법은 본인이 상황을 인식하고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씨와 같은 경우에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고 1차적으로 치료감호를 통해 치료할 대상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등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출소함으로 인한 사회 안전의 위협 우려를 이유로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 그 책임을 초과한 무거운 형벌을 가해 사회에서 장기간 격리시킬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여동생 B씨가 전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전씨의 아버지도 전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범죄 전력이 없는 점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권고양형기준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양형기준에 의하면 전씨의 경우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의 가족 살인’으로서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해 권고양형기준이 ‘징역 5년 이상 12년 이하’다.

재판부는 “전씨가 정신질환이 있어 재범할 우려도 있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부분은 치료감호를 통해 치료하면 된다”며 “그다음은 부착명령을 장기간으로 해 감독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감호제도’는 정신장애 상태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가 재범의 위험성이 있을 때 치료를 해서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사람 중 심신장애의 경우에는 최대 15년까지, 살인 범죄를 저질렀으면 추가로 2년씩 3회를 연장할 수 있어 최대 21년까지 구금이 가능하다. 출소 후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번 형이 확정되면 전씨는 치료감호소에서 수용되며 치료 경과에 따라 교도소로 옮겨질 수도, 치료감호소에서 12년간 있을 수도 있다. 출소 후에는 3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