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뉴스1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가 소득재분배에서 경기부양으로 변화했다.
정부는 정권 초반 부자증세를 통해 서민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했다. 지난해에는 근로장려금을 대폭 확대하는 등 소득재분배에 초점을 맞춰 조세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조세정책은 기업투자에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들이 다수 포함됐다. 반면 지난 2년간 핵심 과제였던 일자리 지원과 서민지원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외리스크 확대와 경기악화에 따라 정부가 세제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에 목적을 둔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법인세 한시 인하 등과 같은 큰 변화없이 소극적인 정책변화를 추구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밖에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세액공제 이월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세제지원을 받고 투자에 나설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했다. 기업의 기부금에 대한 공제도 과거 10년간 공제액부터 순차적으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다.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는 세수효과에서 나타났다.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를 보면 대기업의 경우 앞으로 5년간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등으로 줄어드는 세부담이 2062억원(누적법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같은 기간 3773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기업 세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전년대비 기준으로 하는 순액법으로 계산하더라도 대기업의 세부담은 5년간 606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법인의 세부담이 고소득층(775억원)보다 적은 상황이다.
반대로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지난해 근로장려금과 같은 서민 일자리 지원을 위한 세제지원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일자리 지원 역시 대기업·중소기업 등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식으로 구성이 됐다.
정부가 이처럼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린 것은 최근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고 기업의 투자확대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7.8%, 3.5% 감소해 투자부진이 계속됐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과 함께 4일부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악재가 발생하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한은은 이같은 경제 사정을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대폭 낮춰 잡았다. 또 우리나라가 2019~2020년 2.5%~2.6%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6~2020년 2.8~2.9% 잠재성장률 예상했던 것보다 0.2~0.4%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그만큼 우리 경제체질이 허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신호로 해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은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기업들이 새롭게 투자 의사결정을 바꾸긴 어렵고 일단 투자 의사결정 한 기업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좀 더 세제효과가 있으려면 (법인세)세율을 아예 바꾸거나 광범위하게 효과가 있는 부분을 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지금 세수상황을 봐서는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이나 재정확대 정책에 상관없이 연구개발 세액공제하는 부분과 같이 큰 폭의 정책적 스탠스 변화없이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