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 ‘로이’ 루트거 하우어 별세

입력 | 2019-07-25 16:34:00

2019년 배경 삼은 SF영화의 사망 신으로 깊은 인상 남겨
‘배트맨 비긴스’에서 회사경영권 탐하는 중역 역할 맡기도




2010년 우크라이나 오데사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의 루트거 하우어. 출처 wikipedia.org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삼아 1982년 제작된 공상과학(SF) 영화 ‘블레이드 러너’ 클라이맥스의 장렬한 사망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 배우 루트거 하우어가 19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5세.

24일(현지 시간) 하우어의 공식홈페이지(rutgerhauer.org)는 “하우어가 프리슬란트주 소도시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우어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의 노예로 살도록 규정된 자신의 운명에 의문을 품고 격렬히 저항하는 복제인간(리플리컨트) 로이 배티 역에 열정적으로 몰입한 연기를 보여줬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들이 빗속에 흐르는 눈물처럼 사라지겠지”라는 사망 장면 대사는 하우어가 해당 장면 촬영 전날 직접 써서 리들리 스코트 감독에게 제안한 것이다. 스코트 감독은 24일 성명을 내고 “하우어는 ‘상냥한 거인’이었다. 크랭크인 첫날 아침에 잔뜩 긴장해서 나타났던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추모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복제인간 로이가 자신을 죽이러 온 주인공을 살려준 뒤 사망하는 클라이맥스 장면. 유튜브 캡처

‘배트맨 비긴스’(2005년)의 탐욕스러운 중역 역할 등 영화와 드라마 170여 편에 출연했지만 ‘블레이드 러너’의 아우라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악역을 주로 맡는 것에 대해 하우어는 1991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아니기에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언젠가 내 유머감각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