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심야 시간대 서울에서 택시 합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982년 안전 등을 이유로 택시 합승을 금지한 지 37년 만이다. 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면제·유예) 심사를 통과한 택시동승 플랫폼 ‘반반택시’가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반반택시로 심야시간 승차난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지도가 낮아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반반택시는 이용자 보호방안에 대한 심사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심사에서 반반택시가 가입한 개인정보보호보험과 동승보험의 적합성을 인정받으면 바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반반택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이동 구간이 비슷하고 동승을 원하는 승객들에게 호출료를 받고 합승을 중개한다. 서울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야 승차난이 심각한 강남¤서초, 종로·중구, 마포·용산, 영등포·구로, 성동·광진, 동작·관악구에서만 합승할 수 있다.
부분적인 택시 합승이 허용됐지만 반반택시가 얼마나 상용화될지는 미지수다. 본보 취재팀이 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5%(157명)는 ‘반반택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69.5%·139명)은 ‘서비스를 출시해도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반반택시를 이용할 때 우려되는 점(복수 응답)으로는 ‘동성과 동승하더라도 여전히 낯선 사람이어서 불안하다’는 응답이 70%로 가장 많았다. ‘과거 택시 합승이 이뤄졌던 시절 불거졌던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는 의견도 51.5%로 뒤를 이었다.
일반 택시의 승차 거부가 더 심해질 수 있으며 동선이 겹칠 기회가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합승을 가장한 범죄도 우려했다. 또 반반택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어 “이성과 합승했을 때 성범죄가 발생할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택시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찬성한다”며 “반반택시를 통해 택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택시기사는 반반택시가 별다른 소득 없이 운행시간만 더 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 경로가 겹쳐 실제로 동승까지 이어지는 승객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반반택시 시범운행에 참여했던 택시기사 A 씨(56)는 “신림동은 남부순환로를, 광명시는 강남순환도로를 타면 빨리 가는데 다른 승객과 동승하면 신림동을 거쳐 광명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