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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러시아 영공 침범 심각성 축소하려다 뒤통수 맞은 靑

입력 | 2019-07-26 00:00:00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이 24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 정부로부터 독도 영공 침범 사실 인정과 깊은 유감 표명이 있었다고 밝혔으나,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차석 무관이 한 해명을 러시아 정부의 입장으로 여기고 성급한 발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정부는 윤 수석 브리핑 후 4시간여 지나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전투기가 비행 항로를 방해하는 위협적인 기동을 했다”는 내용의 전문을 한국 국방부 앞으로 보냈다.

어제는 주한 러시아대사관마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본 대사관 소속 차석 무관은 영공 침범 사실을 인정하지도, 유감을 표명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 무관이 실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녹음된 기록을 밝히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도 않은 말을 윤 수석이 지어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다만 23일 이미 러시아 국방장관이 언론 보도문을 통해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대사관 차석 무관이 한 상이한 발언을 확인도 없이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단정한 경솔함과 안이함에 대해 윤 수석만이 아니라 청와대 외교 안보 라인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와대의 성급한 판단은 사안을 가능한 한 축소하려다 빚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청와대는 23일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우리 영공이 침범당한 사건이 일어난 날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일본에 대해서는 독도 상공을 자국 영공인 양 언급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지만 러시아의 영공 침범에 대해서는 의례적인 반발에 그치고 있다.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실수라는 러시아 무관의 해명을 믿는다는 듯이 전달한 것도 그렇다. 군용기가 실수로 영공을 1km 정도는 침범할 수 있지만 9km 까지 들어온 것은 의도적이라는 게 국방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영공 침범은 격추해도 상대국이 할 말이 없는 심각한 사안이다. 러시아의 뻔뻔한 거짓말을 내버려두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바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객관적 비행 자료를 제시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러시아로부터 사실 인정과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그것이 차후 격추와 같은 불행한 충돌 사태로 이어지는 걸 확실히 막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