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메르켈’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연이은 女국방장관 취임
메르켈 최근 건강 이상신호 위기… 기민당 지지율 회복 등 숙제 산적
WP “英존슨과 함께 유럽 미래 좌우”

○ 55조 원을 주무르는 여자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베를린 연방하원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약 18만 명의 독일 연방군을 통솔하는 수장이 됐다. 취임 일성으로 국방 예산 증액을 언급하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2%인 국방 예산을 2024년까지 1.5%로 올리겠다. 장기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합의한 2.0%까지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국방예산은 419억1300만 유로(약 55조1352억 원). 올해 예산은 GDP의 1.36%인 472억2000만 유로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경제 상황에 비해 분담금을 너무 적게 낸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때부터 유럽 각국에 ‘GDP 대비 2%의 분담금’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독일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남겠다. 이를 통해 유럽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문제를 부각해 기민당의 전통 지지층인 보수 지지층을 달래는 한편,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EU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 기민당 지지율 회복도 과제
국방장관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 외에도 그의 총리 도전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중앙정계 경험이 적다. 1962년 서부 자를란트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생 때 기민당에 가입했다. 1999∼2011년 자를란트 주의회 의원, 2011년 주 총리로 선출됐다. 2018년 2월에야 메르켈 총리에 의해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중앙 정계에 데뷔했다. 같은 해 12월 지지율 하락 및 건강 악화로 당 대표를 사퇴한 메르켈에 이어 기민당 대표가 됐다. 그는 내년 기민당 대표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이듬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총리가 될 수 있다.
기민당은 메르켈의 장기 집권 피로감, 메르켈 정권의 동성결혼 지지 및 친이민 정책 등으로 전통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 이탈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메르켈 총리는 최근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이 2021년 9월까지의 임기를 마치지 못하면 독일 전체가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다. WP는 “많은 이가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55)의 취임에 집중하지만 크람프카렌바워의 국방장관 취임도 이에 못지않은 소식”이라며 “두 지도자에게 유럽의 미래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