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대원옥의 ‘삼겹살 수육’.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박사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과연 노포라 칭할 만한 기업이나 식당이 있을까요?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이 가장 오래됐다는데 그래야 130년 남짓입니다. 백제의 후손이 일본에 가서 세웠다는 가장 오래된 기업은 1500년 가까이 된다니까 비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우리에겐 사농공상의 차별의식과 더불어 당장 ‘목구멍에 풀칠’이 우선인지라 가업을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준다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었겠지요. 우리 실정에 맞는 노포 식당의 기준을 제 나름으로 말씀드리자면 2∼3대 이상이 그 업을 했고, 창업 때의 메뉴와 전통적 조리법 그리고 선대의 개업 정신을 유지하며, 서비스나 인테리어 등은 시대 조류에 맞게 계속 개선해야 합니다. 간혹 유명 노포에서 횡포에 가까운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선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 되겠지요.
노포 식당 중에는 백화점처럼 주인공을 여럿 내세운 곳도 있지만, 대개는 대표 메뉴 하나를 중심으로 조연 몇을 포진한 곳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몇몇 식당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영화로 치면 주연배우 뺨치는 ‘신스틸러’ 메뉴가 있기도 합니다. 매출도 매출이거니와 본말전도 현상까지 우려될 정도라 일일 한정 수량으로 내놓는 곳까지 있습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소문난양평해장국=서울 강남구 학동로 158, 돼지껍데기 구이 9000원
○ 진주회관=서울 중구 세종대로11길 26, 김치볶음밥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