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北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9·19 남북 군사합의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 도발’로 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했을 뿐 정확한 기종이나 제원 등은 한미 양국 군이 추가 분석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비행 궤적과 특성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확한 기종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5월에 호도반도(1발)와 평북 구성 일대(2발)에서 쏴 올린 KN-23 신형 SRBM급 또는 그 개량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행고도와 사거리 등 전반적인 비행 패턴이 당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사한 두 발의 미사일은 50여 km 상공에서 정점을 찍은 뒤 430여 km와 690여 km를 각각 날아갔다.
5월에 북한이 쏜 KN-23도 같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240∼420여 km의 사거리를 기록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KN-23의 탄두 무게를 줄여서 사거리를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대한 고도를 낮춰 멀리 날려 보낸 뒤 종말(낙하) 단계에서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요격 회피기동’을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690km를 날아간 미사일은 예상 탄착지점을 벗어난 곳에 떨어졌다”며 “그만큼 요격이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어서 한미 군 당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 상황을 미국의 다양한 탐지전력으로 분석했다고 우리 군이 밝힌 점도 낙하 시 비행고도가 너무 낮고, 궤적이 변칙적이어서 우리 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기존 방어수단으로도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이 이번 발사로 증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5월에 쏜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KN-23의 요격회피 기동 등 실전 성능을 최종 점검했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군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합참 관계자는 “5월에 발사한 것과 같은 기종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현재로선 확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선제압 차원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